환경 오염으로 병들어간 섬이 작품의 일부가 되다!
나오시마는 시코쿠의 가가와현(香川県) 세토내해에 떠있는 인구 4,0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영국의 관광 잡지 "Traveler"에서 꼭 가 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로 선정한 바 있는 곳이다.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현대 건축물의 절묘한 배치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공간미를 연출한다.
푸른 바다와 시원한 숲이 가득한 섬이라 갤러리 투어뿐만 아니라 해수욕과 트레킹까지 즐길 수 있는 일거양득의 여행이 될 수 있는 섬이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빌려서 '일본의 지중해'라 부르는 나오시마 섬을 찬찬히 둘러보며 자연경관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나오시마는 어떤 섬인가?
나오시마는 일본 행정구역상 타카마츠시와 오카야마시 중간 지점에 카가와현에 속하는 섬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오카야마의 타마노시에 가깝다. 나오시마는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이우환 미술관, 안도 미술관, 지중 미술관 등 예술계의 거장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가 참여해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모여있다. 가는 곳곳마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섬에 설치되어 있어 섬 전체가 미술관 같은 섬이다.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대형 미술관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빈집을 이용한 '빈집 프로젝트' 등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거리를 산책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설치 미술도 있다.
버려진 쓰레기 섬
본래 나오시마는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의 섬이 아니었다. 미쓰비시 제련소가 섬 북부에 자리 잡아 유독가스로 나무를 시들게 하고 젊은이들이 대거 떠나 폐기물에 시름을 앓던 '잿빛 섬'에 불과했다.
1910년 후반 구리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섬에 미쓰비시 광업의 구리 제련소가 들어선다. 빠른 경제성장과 많은 인구의 유입으로 작은 섬은 활기가 넘쳤다. 그것도 잠시,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과 공정 중 발생하는 유독 가스가 마구잡이로 배출되며 섬을 오염시켰다. 1980년 구리 제련 산업의 쇠락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자연이 훼손된 나오시마는 인접한 섬인 테시마에 불법 투하된 산업 폐기물의 무해화 처리 장소가 되면서 점점 잿빛 이미지가 강한 섬이 됐다. 그렇게 나오시마는 200명 남짓한 사람만 간신히 남은 바다 위의 쓰레기 섬으로 버려졌다.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 추진
무엇이 병들어가던 나오시마를 바꾼 것일까? 공익 활동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 (주)베네세 홀딩스의 적극적인 투자, 지역문화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지역주민의 관심 속에서 버려진 섬이었던 나오시마는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의 섬'으로 인식을 바꾸는 큰 성과를 거뒀다. 1997년에 시작한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는 나오시마 동사무소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폐가가 된 집을 살리고자 (주)베네세 홀딩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버려진 낡은 일본 집을 현대 미술로 재해석시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며 "있는 것에서 없는 것을 창출한다."라는 기업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프로젝트였다. 갤러리로 가는 길목을 둘러보면 섬을 자연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2대에 걸친 예술 신념이 치밀하게 연출되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한 반성과 노력
1989년에 시작한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섬 전체에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환경 프로젝트인 ‘에코 아일랜드 나오시마 플랜’으로 산업 폐기물 중간처리 시설을 만들고 공정에서 나오는 비산재 처리 금속 등을 자원으로 재생하는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나오시마는 한 번 훼손된 자연을 개발이란 목적으로 또다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하여 섬을 작품 일부로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더불어 섬에 사는 주민들도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함으로 섬을 살리는 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가 될 수 있게 했다.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둬 매년 섬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데도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마을버스와 자전거, 그리고 택시 한 대가 전부이다. 숙박 시설 베네세 하우스를 제외하곤 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뿐이다. 좀 더 개발하면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자연을 잃었던 경험을 잊지 않고자 증축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사막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미세 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된 요즘, 수십 년에 걸쳐 추진 중인 나오시마의 환경 복구 사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을 복구한 일본의 예술 섬을 떠올리며 우리도 숲을 되살리려는 인식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아름다운 계절과 맑은 공기를 우리의 후손에게도 남겨주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국민의 협조가 잃어버린 "숨 쉴 권리"를 되찾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나오시마 여행 정보
나오시마는 국내외 여행객에게도 꽤 알려진 여행지로 최근에는 대한항공 직항 편으로 오카야마 공항까지 올 수 있는 편한 길이 생겼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전철에 탑승해 우노 역에 가서, 개찰구가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 우노 항에서 나오시마행 페리를 타면 된다. 소요 시간은 20분으로, 요금은 편도 290엔이다. 카가와 현에서 갈 경우, 타카마츠 항에서 페리를 타도 갈 수 있는데 소요 시간은 60분, 요금은 편도 520엔 정도라고 보면 된다.
나오시마에서 페리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테시마 섬 역시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와 예술가의 공동 작업이 돋보이는 테시마 미술관을 비롯하여 섬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테시마 섬에서 페리로 30분 이내에 있는 이누지마 섬은 나오시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놓쳐서는 안 될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개최되면 섬에 거주하는 어머니들이 풍부한 테시마 섬의 식자재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판매한다. 현대 예술의 성지에서 예술 작품 감상과 함께 거리를 둘러보고 맛있는 식사도 즐길 수 있다.
*페리 시간표는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