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로 21세기 주얼리의 가치를 선도하고 있는 디자이너 3인방
주얼리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테이트먼트 주얼리(Statement Jewelry)'이다. 스테이트먼트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의상이나 주얼리를 착용함으로써 착용자의 가치관, 생활방식 등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스토리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세 곳은 볼드하면서 시크한 감성을 결합해,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투영한다. 인류가 수천 년간 착용해온 영롱한 진주의 매력을 색다른 맥락으로 전개하며 여성의 자신감과 스타일 지수를 높여주는 일본의 미즈키 골츠,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멜라니 조지아코폴로스, 호주를 대표하는 마고 맥키니를 살펴보자.
무심한듯 시크하게
도쿄 출신으로 뉴욕에서 자란 미즈키 골츠는 바로크 진주의 불완전한 형태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세련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를 만드는 주얼리 디자이너이다. '못난이 진주'라고 불리는 바로크 진주는 원형이 아닌 자유자재의 형태로 자연에서 바로 채취한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보석이다. 진주층의 굴절로 보이는 신비로운 무지갯빛을 '오리엔트'라고 하는데 바로 이 오리엔트가 표면이 매끄러운 동그란 구형의 진주보다 굴곡이 있는 바로크 진주에서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우아한 분위기 연출에 탁월하다. 그런 바로크 진주의 특징을 살려,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제안하는 미즈키 주얼리를 소개한다.
디자인은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지지만, 뉴욕과 도쿄, 두 도시가 주는 차가움과는 거리가 멀다. 삐뚤어져 더 아름다운 바로크 진주의 구조적인 모습은 매력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기 충분하다. 미즈키는 바다에서 바로 채취한 듯한 울퉁불퉁한 진주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부드럽고 따뜻한 골드나 캐주얼한 가죽 줄과 매치해서 '무심한듯 시크한' 디자인을 제안한다.
섬세한 실루엣부터 과감한 디자인까지 특별한 유니크함을 제안하는 그녀의 주얼리는 모두 정교한 작업과정을 거친다. 미즈키만의 차별화된 컨셉과 우아함은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각자의 개성이 더해진 감성 패션 생활을 추구한다. 다만 '무심한 듯 시크한' 룩을 표방하기 때문에 지나친 부자연스러움은 지양하고 있다. 여성의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만, 꾸미지 않아도 세련된 진정한 멋을 창조해내는 것이 미즈키만의 강점이다.
과감하지만 철저하게 건축적으로
멜라니 조지아코폴로스는 유기적인 형태와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진주를 색다른 재료와 매칭하여 공간과 구조의 미학을 적용하는 주얼리 디자이너이다. 그리스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아테네에서 자라며 고대 그리스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진주를 반으로 자르거나 진주 단면을 연결한 비드 목걸이를 제작하는 등 진주에 현대적 기법과 디자인을 적용해 새로운 감각을 선보였다. 그녀의 진주에 대한 호기심과 열의는 마침내 타사키와의 협업까지 이끌어냈다. 2012년 M/G Tasaki는 멜라니 조지아코폴로스의 디자인적 재능과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타사키의 품질 그리고 장인정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탄생했다.
특히 컬렉션의 대표작인 목걸이와 귀걸이에 사용된 진주 슬라이스는 나무의 나이테를 닮은 모습으로 표면적으로는 똑같아 보이지만 진주가 잘린 단면 상태에서는 핑크빛의 각기 다른 나이테 모양이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을 만들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M/G TASAKI에서 새롭게 선보인 “MERGE” 컬렉션은 전통적인 소재인 진주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진주의 깊고 오묘한 색과 골드가 만나 이루는 환상적인 조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보면 우아한 진주지만 옆에서 보면 다이아몬드와 은은한 광택을 자랑하는 반쪽 진주의 반쪽 매력을 보여준다.
멜라니는 "진주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진주에 다이아몬드 세팅을 접목해 대범하면서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과감하고 실험성이 강하지만 철저하게 건축적이고, 때론 조각품 같은 그녀의 주얼리는 독창성이 부족한 이 시대에 '혁신'과 '변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호주 주얼리 명문가의 전통에서 볼드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로
오팔과 진주를 좋아한다면 21세기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고 맥키니에 주목해보자. 1884년 존 맥키니(John McKinney)가 투움바에서 브랜드를 설립한 이래로 4대에 걸쳐 가업이라는 주얼리 DNA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과감한 색상 배합과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예술성과 혁신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마고 맥키니(Margot McKinney)는 호주의 주얼리 명문가의 전통을 볼드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로 재해석한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자신을 멋지게 가꿀 수 있는 여성에게 파인 주얼리의 새로운 정의와 착용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고 맥키니는 호주산 오팔, 남양 진주에 생동감 넘치는 유색석을 가미해 재치 있는 디자인으로 그녀만의 이색적인 모험과 스토리를 담아낸다.
마고 맥키니의 디자인 특징을 정리하자면 '장인정신과 여행이 바탕이 된 이야깃거리가 담긴 주얼리'라 요약할 수 있겠다. 여행에서 영감을 가장 많이 얻는다는 그녀는 보고 들은 것, 새로운 환경, 사람과 경험이 활기를 준다고 말했다. 마고 맥키니는 아름다운 호주의 해변과 이국적인 풍경의 사막을 영감의 원천으로 테마에 애용한다. 그녀의 모든 제품은 남양 진주와 천연석을 같이 세팅해 자연이 선사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호주 외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하고 새로운 디자인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예술성 높은 아트 주얼리로 호주를 대표하는 파인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마고 맥키니의 단골손님은 착용성 높은 예술 작품에 매료되어 구매자에서 수집가로 그녀의 주얼리를 구매한다. 값비싼 파인 주얼리에 커스텀 주얼리를 매치해도 그 자체로 세련미와 대범함이 담겨있다. 착용자가 본인의 스타일에 자신감을 갖고 재해석해 착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맥키니 가문의 이름을 걸고 파인 주얼리 사업을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그녀는 베벌리 힐스에 있는 니먼 마커스에서 성황리에 트렁크 쇼를 마쳤다. 뉴욕의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의 바이어 눈에 들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one of a kind"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으며, 지금은 호주와 미국 전역에 거쳐 있는 니먼 마커스에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