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茶道): 차를 통한 도의 추구
일본 차 문화의 유래
일본에서 차에 관한 최초의 문헌은 9세기경에 나타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차도 선불교와 함께 중국에서 전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편으로 7세기 말 백제가 신라에 멸망한 후 왕족을 포함한 많은 유민이 당시 교역과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일본으로 대거 망명하면서 융성했던 백제문화와 함께 차를 포함한 불교문화가 전파된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차 문화는 1191년 불승인 ‘에이사이(永西, 1141-1215)'가 송나라에서 돌아오면서 차 씨를 가져와 교토 북서쪽에 있는 고우잔사(高山寺)에 파종할 때까지는 크게 번성하지 못하였다. 신라의 대렴이 중국에서 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 부근에 심은 것보다 약 300년이 뒤지는 시기이다. 그때까지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차의 양이 워낙 희귀해서 귀족들과 불가에서나 겨우 마실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한다.
에이사이는 1214년 일본 최초의 다서인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를 저술하는 등 일본 차의 시조로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차도는 당시의 군벌인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보호를 받던 ‘센 리큐’(千利休, 1522-1591)에 의해서 기틀이 닦여졌다. 그는 차와 일본 전래의 시문, 화예, 건축, 도예 등을 연결해 다기, 행다법 등 차 문화의 기초를 닦았으며 그의 다도는 자손들에 의해 대대로 계승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일본 차 문화의 발흥은 전술한 바대로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 임진란 이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에 의한 도자 문화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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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茶道): 차를 통한 도의 추구
'다도(茶道)' 혹은 '차도'란 말은 본래 일본에서 유래된 말이다. 검도(劍道), 유도(柔道), 서도(書道) 등에서와같이 기술성과 정신성이 함께 요구되는 분야를 ‘도’라고 칭하는 것은 일본 문화의 한 가지 특색이다. 같은 대상을 한국에서는 검술(劍術), 유술(柔術), 서예(書藝)라고 불러왔고 중국에서라면 검법, 서법이란 표현이 더 익숙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불가에서 수행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던 차에 ‘도’를 붙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본식 발상법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다도'는 중국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약의 효능이나 음료의 기능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그 정신적 성격이 강조된다. 일본의 차가 중국의 선불교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에이사이’나 ‘무라다 슈코’, ‘센리큐’ 등이 모두 출가 승려로서 수행방법으로서의 차의 정신적 가치가 일찍부터 ‘일본 다도’의 바탕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4백여 년 전 센 리큐가 일본 다도의 규칙을 정하면서부터 ‘화경청적(和敬淸寂)’은 일본 다도를 대표하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화(和)는 화합을, 경(敬)은 존경을 표현한다. 청(淸)은 차 생활의 내면과 외면의 청정을 뜻하며 정(寂)은 번뇌가 없는 고요한 상태를 나타낸다. ‘화’와 ‘경’은 행다(行茶)에 있어서, ‘청’과 ‘적’은 다실과 다기에 대한 차 인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다도'에서는 중국의 덩이 차(團茶)나 한국의 잎 차(葉茶)가 아닌 말차(抹茶) 즉 가루차를 쓴다. 중국의 송, 한국의 고려 시대 이후에는 사라진 가루차의 전통이 일본에선 그대로 계승된 것이다. 차 가루를 한국 전래의 대접 모양으로 생긴 다완(茶碗)에서 물에 개어 마시는데 이 과정이 극히 기교적이고 의식화되어 있다. 다실의 구조와 다실의 치장, 찻그릇의 위치, 차를 마실 때의 절차, 다실 내에서의 행동거지 등이 모두 엄격한 순서와 격식에 따르게 되어 있어 차를 마시는 행위라기보다 일종의 퍼포먼스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 일본식 차 문화의 특색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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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 종류
일본의 녹차는 발효와 산화를 억제해 찻잎이 가지고 있는 녹색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며 가장 인기가 있고 높이 평가받는다. 차 종류는 교쿠로(옥로:玉露), 센챠(전차:煎茶), 맛챠(가루차:抹茶), 다마(玉) 등 녹차를 제조과정에 따라 분류된다.
전차는 찻잎을 찐 후에 손으로 비비는 과정과 건조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고, 가루차(抹茶:말차)는 찻잎을 가루로 만들어서 솔로 휘저어 거품을 내서 마시는 차이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녹차는 전차(煎茶)와 옥로(玉露)이며, 옥로 차와 전차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찻잎을 사용하여 전차를 만드는 공정에 가열과정을 추가하여 만든 갈색 차를 호우지차 (焙じ茶) 라 한다. 그리고 현미 차를 '겐마이차(玄米茶)'라 하는데 현미 차에 가루차를 넣어서 만든 차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가루차(抹茶:말차)는 일반 녹차보다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잎에서 우러나온 성분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잎 전체를 통째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물에 용해되지 않는 성분까지 모두 섭취할 수 있다. 가루차는 녹차보다 더 많은 양의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성분을 제공한다. 또 폴리페놀이라고 불리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심장질환과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녹차에도 카페인이 있지만, 가루차는 잎 전체를 소비하기 때문에 3배 이상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일반적인 원두커피와 비슷한 양의 카페인이 들어있고 또 L-테아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정신이 맑게 깨어있게 하는 동시에 몸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가루차는 맛이 강해 풀 맛이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유의 감칠맛을 즐길 수 있으며 강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설탕을 섞어 만드는 가루차도 있다. 또 찻잎의 질이나 신선도 역시 제품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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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정신 세계를 담다
“가난함이나 부족함 가운데에서 마음의 충족을 끌어내는 일본인의 미의식. 실의에 빠진 생활 속에서도 세속을 벗어난 서글프고 한적한 삶에서 아취를 느끼고, 탈속(脫俗)에까지 승화된다면 그것이 곧 모자람의 미의식이다. 모든 것을 버린 가운데에서 인간의 본질을 붙잡으려는 정신, 그것이 와비다.” - 히라이 히사시 (平井久志) -
우리나라에서 ‘한(恨)’이라는 말을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수월하지 않듯이, ‘와비(わび) ’ 또한 일본인들조차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굳이 해석하자면 꼭 완벽하거나 대단히 화려하고 세련된 것보다 소박함이 주는 단정한 아름다움의 정서, 가난하거나 소박하고 간소한 가운데서 찾아낼 수 있는 일본인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말이다.
다식은 대개 가루차(말차)와 함께 제공되며 다식의 종류가 300여 가지가 된다. 맛의 깊이감에 따라 진한 차(濃茶, 코이차)와 연한 차(薄茶, 우스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차를 마시는 방법은 진한 차(濃茶, 고이차)는 찐빵 형태의 과자(主菓子, 오모가시)와 연한 차(薄茶, 우스차)는 마른 과자(干菓子, 히가시)와 함께 먹는 것이다.
50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걸쳐 일본인의 현대 생활까지 깊이 자리 잡은 다도 정신과 다식 문화를 보며 우리나라도 한국인의 자긍심 '얼'을 되살리는, 전통적인 정신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우리 후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